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철강 공장에서 일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가슴 저미는 조시(弔詩)가 ‘넷심’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이 회사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쇠를 녹이는 작업 도중 발을 헛딛어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끄집어내리려다 중심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거의 하루 가까이 지난 뒤에야 연합뉴스와 MBC 등을 통해 간단히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온 가슴 저미는 조시가 누리꾼 사이에 퍼저 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리꾼 ‘alfalfdlfkl’씨가 시 형식으로 작성한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이 트위터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새벽시간까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29세 청년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