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투표지 첫번째 순서에 뽑히게 해주세요.”
6월2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이 기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신의 공약과 정책이 잘 알려지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니다. 투표지의 좋은 ‘순서’, 좋은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로또 선거’ 혹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가운데 일부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이 선거운동 대신에 투표지의 좋은 순서를 배정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점집 등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가 난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당 소속 여부도 명기되어 있지 않고 천안함 사건 등으로 사회의 관심이 온통 다른 곳으로 쏠려 있는 가운데 자신들을 알릴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1, 2번 같은 번호가 없어 투표지에 가장 첫번째로 이름이 올라가면 득표율이 10∼15%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오는 한 후보는 “가장 신경 쓰이는 건 14일 오후 5시로 예정된 투표용지 성명 기입 순서 추첨”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정당에 부여된 기호와 교육감 후보 기입 순서가 무관하다고 알리고 있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당 기호와 순서를 일치시키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에 따라 벌써 두차례나 절이나 점집 등을 다니면서 투표지에서 좋은 순서를 뽑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산신령’에게 기원을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후보는 “후보들이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투표지에서 첫번째 순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추첨에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재수가 좋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서울시교육의원에 출마한 한 후보도 “유권자들이 관성적으로 첫번째 순서는 여당, 둘째는 야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재 순서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면서 “얼굴도 정책도 공약도 알리기 힘든 상황에서 좋은 번호 달라고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후보도 일단 등록을 하고 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혹시 좋은 순서가 걸려 당선될 지도 모른다는 요행을 바라고 출마를 한다는 것이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